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2015.10.6

 

Ljubljana, Slovenia

 

 

류블랴나행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류블랴나로 가는 도중에 많은 곳에서 정차를 한다.

타고 내리는 사람 대다수가 학생인 듯 한데,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는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단지 큰 백팩을 매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학생이겠거니 추측한 것인데 이 점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연히 전 날 같이 플레트나를 탔던 노부부와 함께 버스에 타게 되었다.

영어가 짧은 터라 긴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그들도 류블랴나에 내려 좀 더 여행을 한다고 한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니 칠순은 되어 보이는데, 우리 캐리어 보다 더 큰 가방 두 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자유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하니,

그 용기가 존경스럽고 그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블레드에서 류블랴나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류블랴나에 도착할 때 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와 비의 인연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발칸여행이 끝날 때까지 쭈욱...

 

류블랴나 버스터미널은 기차역의 바로 앞에 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숙소로 바로 가지는 못하고 역 앞에서 맛없는 케밥과 스파게티로 배를 채웠다.

배도 빵빵하게 채웠으니, 숙소로 가 볼까.

 

그런데 이게 웬열???

왜...길바닥이 돌로 되어 있는 것이냐.

캐리어를 끌고 이 길을 어떻게 가노. ㅠ_ㅠ

 

▶ 류블랴나의 흔한 거리...캐리어 끌고 숙소 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덜덜덜덜덜덜

 

류블랴나에서 머물 숙소는 중심지를 벗어나 주택가 안 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현지인이 된 것 같아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비가 와서 축축하기는 하지만...뭐랄까...진정한 동유럽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전형적인 휴양지의 모습을 지녔던 블레드와 달리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상을 보고, 같이 어우러져 머무르는 동안 관광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류블랴나.

동생과 나는 이번 발칸 여행의 최고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류블랴나를 택할 것이다.

 

원래 이 집에 사는 사람인 것처럼...우리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낮잠을 잤다.ㅋㅋㅋ

한 숨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비는 많이 내리고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다며 걱정을 하는 우리들에게, 숙소 마스터는 내일모레까지 계속 비가 내릴 예정이니 rainy Ljubljana 를 최대한 Enjoy 하기를 바란다며 큰 지도를 두고 떠나버렸다.

우리가 또 언제 비내리는 발칸을 느껴보겠냐며, 동생과 나는 운동화에 비닐봉지를 단단히 묶고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류블랴나 관광이 시작되는 그 곳, 프레셰렌 광장(Presernov Trg)으로 향했다.

 

▶프레셰렌 광장으로 가는 도중, 시청 앞 분수.

 

 

▶ 류블랴나 만남의 장소인 프레셰렌 광장(Prešerenov Trg)과 트리플 브릿지(Triple bridge), 중앙의 붉은 건물은 성 프란체스코 교회(Church of St. Francis)

 

프레셰렌 광장(Prešerenov Trg) 에는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국민시인 프레셰렌(Prešeren)의 동상이 있다.

그는 낭만주의 시인으로 아직까지도 독자들을 가지고 있으며, 프레셰렌의 사망일을 국경일로 지정할 만큼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France Prešeren

(출처:http://www.preseren.net/_images/upodobitve/27/jpg)

 

낭만적이었던 프레셰렌의 작품처럼, 프레셰렌 광장 역시 굉장히 낭만적이다.

프레셰렌 동상의 시선이 향하는 건물 외벽에 아름다운 여성이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여성이 바로 프레셰렌의 연인이었던 율리아이다.

프레셰렌은 Trnovo church 에서 그녀를 보고 첫 눈에 반하였는데, 그 후로 많은 작품들이 그녀에 대한 사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사망할 때까지, 그에게는 율리아뿐이었다고...

 

Julija Primic

(출처:http://www.preseren.net/ang/2-6_kdo_je_kdo/julija_primc.asp)

 

프레셰렌 광장의 앞 쪽에는 류블랴나 강을 잇는 세 쌍둥이 다리가 있는데,

 정식 명칭은 Tromostovje bridge 로 중세 시대에 다리를 놓은 이후 양 쪽에 다리가 생기면서 트리플 브릿지가 되었다고 한다.

 

류블랴나 강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 보면 류블랴나 성 쪽으로 큰 성당이 보이는데, 성니콜라스 성당(Church of St. Nicholas)로 류블랴나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이다.

바로크양식을 따른 성당 내부의 천장화, 교황 바오로 2세의 방문을 기념한 청동문과 또다른 청동문이 인상적이었다.

 

 ▶성당 내부의 천장화. 사진 찍느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

 

▶청동문 중 하나. 성당 발전에 기여한 6명의 주교가 누워있는 예수를 바라보는 모습을 그렸다.

 

 

나는 해외여행을 가면 꼭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성당에서 기부금을 내고 초를 켜는 일이다.

첫 해외여행이었던 서유럽에서도, 가족끼리 함께 갔던 대만에서도, 2박 3일 잠깐 들른 홍콩에서도 항상 초를 켰다.

아... 대만에서는 성당이 아니라 절이었던 것 같다.

 

나의 소원은 항상 똑같다.

나와 우리 가족의 평안.

 

▶ 어김없이 등장한 초.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한 내가 아는 누군가의 손.

 

우리는 성당을 뒤로 하고,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류블랴나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오늘의 마지막 관광포인트! 용의 다리(Dragon bridge)를 향해 간다.

 

다음 목적지 : 류블랴나의 상징, 용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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