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그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제는 코로나 19가 되어버린 그 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남편은 계획하지 않았던 휴가를 만들었다. 시간만 있으면 나돌아다니던 부부답지 않게 반강제로 방콕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만큼은 진짜 나가고 싶었다. 모처럼 안개가 뿌옇게 낀 영흥도의 바다 냄새를 맡고 돌아오는 길, 선재도의 간판이 예쁜 카페에 잠시 들렀다.

 

 

 길가에서 볼 때에는 작은 카페일 줄 알았는데, 주차하고 카페 입구로 가보니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아주 크고 넓었다. 입구 근처에는 작은 개인 공방이 있었고, 공방을 차리고 싶었던 나로서는 꽤 탐나는 자리였다.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하러 가는 중, 어느 테이블에서 커플이 마시고 있던 머그 유리병을 눈여겨보았다. 역시 내 눈썰미는 속일 수 없지. 그 음료가 바로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레알망고' 였던 것. 우리는 '레알망고' 한 잔과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하였다. 오는 길이 막히지 않았냐며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장발머리의 사장님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데, 역시나 카페 한 곳에 작은 포토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계셨다. 

 

파란 창문이 참 예쁘다
뻘다방 = Mud Cafe
한 때 사진에 관심이 있던 사람으로서.... 수동 카메라를 다시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왼쪽 사진에 잘려서 잘 보이지 않는 음료가 '레알 망고'

이렇게 예쁜 카페에서는 역시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 참, 뻘다방에서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는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쇼핑몰 사진같은, 허가 없이 상업적으로 공간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를 보며 오롯이 커피를 느낀다거나, 함께 있는 사람과의 시간을 즐기려는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지도 모르니까. 

 

 

햇볕 좋은 여름날에 와도, 오늘처럼 축축하게 젖은 겨울날에 와도 모두 좋을 것만 같은 카페. 곳곳에 사장님 취향의 그림과 사진이 많이 걸려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 것들을 구경하는 것도, 그리고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있던 강아지와 그 강아지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 주인을 몰래 구경하는 일도 꽤 재미있었다. 옆에서 자꾸 집에 원두 그라인더를 사면 어떻겠냐는 - 커피 마시면 잠 못자는 남편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커피를 다 마시고 창 밖으로 보았던 바닷가를 걸어보기로 한다. 조금씩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까지 쓰고 싶지는 않은 그런 날씨였다. 카페 외부는 '윤식당' 컨셉으로 꾸며놓은 것 같았다. 날씨가 좀 더 화창했다면 이 곳 저 곳에서 사진찍으러 다니느라 바빴을텐데....

 

... 그렇다고 내가 바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손 시려운 남편을 데리고 비 내리는 와중에 사진을 찍긴 찍었으니.

 

 

그네가 젖어있어도 사진은 찍어야 해 HAKUNA MATATA

 

날씨 좋을 때, 질퍽한 인천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그런 카페. 사진 덕후라면 한 번 쯤 꼭 와보고 싶을 그런 카페, 뻘다방이었다.

 

뻘다방

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로 55

영업시간 - 10:00~23:30, 매주 화요일 휴무

주차 가능, 반려견 동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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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14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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