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2019년에는 우리 부부에게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연초에는 두 달간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다음 생면부지 인천으로 이사해서 남편에게도 새로운 직장이 생겼다. 그리고 털어놓고 말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이어졌다. 인생이 참 내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나빠질 수 있구나... 했던 한 해였다. 그런 2019년 연말만큼은 마음이라도 풍요롭게 보내고 싶어서 연말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 콘서트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직접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던 김범수 님 콘서트로 확정!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공연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2019년의 가장 마지막 날인 31일에 김범수 님을 보러 가기로 했다.

 

12월 31일 공연은 다른 날짜의 공연과 다르게 밤 10시에 시작해서 함께 새해를 맞는 콘셉트인 듯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쉬어야 한다는 '놀기 좋아하는' 남편의 뜻으로 남편의 직장은 강제 휴가가 생겼고, 조금 일찍 평화의 전당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공연 시간이 되면 주차하기가 힘들 것 같아 출발을 일찍 했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우리는 공연 시작하기 한 시간 전쯤 도착하였는데, 이때만 해도 차량이 많지는 않아서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었다. 블로그에서 미리 찾아봤을 때에는 법대 근처에 주차하라고 되어 있었는데, 경희대 정문부터 직원분들이 안내해 주셔서 학생회관 앞 주차장에 주차하였다. 단지 문제점이라면 공연이 끝나고 차를 뺄 때, 사람들이 많아서 한 시간 정도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자가용을 타고 편하게 왔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차를 주차하고 난 뒤 정문쪽에 있는 김밥집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편의점에서 생수와 초콜릿을 사들고 평화의 전당으로 열심히 걸었다. 공연이 다가오니 주차를 하려는 차량 행렬이 엄청 길게 이어져 있었다.

 

뒷모습도 멋있는 김범수님

 공연장 로비에는 포토존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은품을 나눠주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할 때까지 별로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포토존은 포기하기로 하고 똥쟁이 남편은 주차권을 사러, 나는 사은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만 구입할 수 있는 1일 주차권은 5,000원. 1층 로비에서 구입할 수 있다. 줄 서서 받은 사은품은 하얀 김범수 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마음 손수건과 카누 커피.

 

 우리는 2층 좌석이었기 때문에, 로비 계단으로 서둘러 2층으로 이동했다. 공연 시작하기 전까지는 사진 찍는 게 가능해서 서 좌석에 앉아 셀카를 찍고 놀았다. 무대가 워낙 커서 그런지 2층이었는데도 꽤 잘 보였고, 앞좌석에 앉은키가 큰 모자 쓴 사람만 앉지 않는다면 시야를 가릴 걱정은 없었다. 문제는 내 앞자리에 모자 쓰신 키 큰 분이 앉았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김범수 님이 안 보일 정도로 가리지는 않지만, 조금 눈에 거슬리긴 했다. 공연 볼 때, 모자 좀 안 쓰셨으면...

 

 

경희대 평화의 전당 2층 C열 94번 시야

 이윽고 모든 관객들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그 이벤트'로 김범수 님의 콘서트가 막이 올랐다. 그 이벤트에 놀라서 똥쟁이 남편이랑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때 기분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마쳐야겠다. ㅎㅎㅎ

 

원래도 김범수님 노래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음원보다 라이브가 더 좋을 수 있다니... 노래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게다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게 하고, 왜 그렇게 잘 생겨 보이는 건지;;; '김범수는 눈도 작아서 잘생기지 않았지만 노래를 잘해서 괜찮다'라고 했던 우리 엄마... 엄마... 왜 내 눈에는 잘생겨 보일까?

 

앵콜 공연

1층 앞 좌석에 앉은 대부분의 관객들은 김범수 님의 진성 팬인 것 같았다. 이미 여러 번 콘서트를 보고 온 분들도 있었고, 김범수 님이 후두염으로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을 때에도 함께했던 팬분들이었다. 같은 내용의 콘서트를 또 보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시겠지만, 직접 공연을 보고 나니 나도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김범수 님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다 보니 벌써 2020년 1월 1일 카운트 다운을 지나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갔다. 거의 4시간 동안이나 공연을 봤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심지어 벌써 끝나나 싶을 정도였다. 앙코르 공연 때에는 카메라를 사용해도 좋다는 이야기에 나도 스마트폰 ON!! 동영상으로 앙코르 공연을 담아온 건 정말 잘한 일인 듯싶다. 언제든지 콘서트를 추억하고 싶을 때 볼 수 있으니까.

 

 

 

데뷔 20주년 콘서트인 만큼 김범수 님의 노래는 언제나처럼 훌륭했고, 무대와 재미까지 아주 알차고 화려했던 공연이었다. 중간에 깨알 재미의 이벤트도 해주시고, 마치 토크 콘서트를 온 것 같은 느낌! 앞으로 50년 더 노래하실 거라는 김범수 님. 앙코르 공연이 끝나고 양쪽 스크린에 관객들의 이름이 올라가는데, 너무 감동이었다. 김범수의 명품 콘서트에 온 우리 모두는 명품 관객이라는 말. 당신 말대로 당신의 성대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니까 앞으로도 잘 관리해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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