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드디어, 결국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의 날이 밝았다.

많은 여행자들이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을 위하여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머물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소에서는 이른 아침밥 제공은 물론 며칠 동안 트래킹을 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짐을 맡아주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우리도 기회가 된다면 W트래킹을 해보고 싶었지만, 한 달 전에 이미 산장 예약이 마감되어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캠핑을 한다면야... 괜찮겠지만 이미 겨울이 오고 있는 날씨에 캠핑은 말도 안될 일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하나 밖에 없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미 오늘 트래킹을 위해 장비까지 챙겨서 차려입은 여행자들이 많이 있었다. 여러 개의 버스 회사 중, 전 날 봐둔 버스 회사에서 왕복 버스 티켓을 끊고 멍 때리고 있는 찰나...

 

 

어딘가 익숙한 외국인 남성이 보였다!

 

"Oh my!!! Why are you here?"

 

푼타 아레나스에서 펭귄 투어할 때 만났던 그 독일인 부부를 만난 것!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다른 지역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만나다니!

 

외톨이같던 동양인 부부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던 따뜻한 라이너 부부 ㅠㅠㅠ

우연하게도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다!!!

 

또 언제 다시 헤어질지도 모르니, 초췌하지만 우리는 사진을 한 장 남기기로 했다. 

트래킹이 끝나고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지금 글을 쓰면서도 너무나 그립고 그리운 사람들이다.

 

 

30분 좀 안되는 시간 버스를 타고 졸고 있으면,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국립공원 입장 티켓을 받으려면 관리소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비디오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전 날 버스 정류장에 있는 사무소에서 받았으니 우리는 패스.

 

줄이 길게 서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공원에 입장하기 전, 아래와 같이 Entry form을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국립공원 사무소에 있는 화장실에도 들리고 (화장실 줄에서 대기하면서,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여행자와 만담을 나눔)

Entry form도 제출하고... 드디어 장장 8시간의 트래킹이 시작되었다.

 

구름도 많이 끼어있고, 가는 길 도중에 비가 흩뿌려서 삼봉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이미 시작한 것을 어찌하리.

 

 

 

우리는 Mirador Base Torres 로 갑니다

 

아직은 멀쩡한 똥쟁이 부부

 

 

 

 

배려가 깊은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 길. 돌멩이와 바위로 가득 차서 험한 길을 간신히 지나면 잠시 내리막길이 나온다. 쉬엄쉬엄 갈까 하면 또 매끄러운 오르막길이 나오고... 삼봉으로 가기 전 마지막 칠레노 산장까지는 꽤 걸을만한 길이다.

 

 

세 시간 쯤 열심히 걸었을까... 드디어 칠레노 산장 Refugio Chileno 에 도착했다. 아침에 싸온 똥쟁이 남편표 샌드위치를 먹고 있노라니, O 트래킹 중이라는 한국인 분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O 트래킹을 해보라며, 너무나 멋진 곳이 많다고 하신다.

 

 

Soy de Corea del Sur

 

다음에는 파타고니아에만 두 달 머물러보자며, 이 작은 소망을 남편에게 반강제적으로 심어주었다. 

 

이제 삼봉을 보러 가야지!!!! 

 

 

Bienvenido

 

단풍 예쁜 곳에서 한 장!

 

 

이제 보일 법도 한 것 같은데, 아무리 올라가도 보이지 않던 삼봉. Las Torres.

삼봉 오르기 전 마지막 Rest Area 에서 4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 다리로 45분이라는 거야...?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는 하루에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다고 하더니, 맞는 말이었다.

초겨울같아서 옷을 껴입고 가다가 더워서 경량패딩을 벗었고. 다시 수풀이 우거져서 패딩을 입고나니 삼봉이 보일 때쯤되니까 반팔로 갈아입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보인다!!! 삼봉!!!

 

 

 

 

마지막 한 시간 동안 돌과 바위를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야만 삼봉이를 만날 수 있다. 트래킹 초입 때의 편안한 흙길??? 흙이라도 보였으면 좋겠.... 같이 엉금엉금 올라가던 외국인 분과 함께 힘내자며 화이팅을 외쳤다. ㅎㅎㅎ

 

이게 바로 5분 밖에 볼 수 없었던 그 Las Torres!

 

 

이 때 부터였을까... 삼봉 중 하나가 구름에 가려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래도 5분? 19분이라도 보긴 봤는데, 삼봉 하나 보려고 지금 올라오는 사람들은 어떡하지???

 

 

 

 

결국에는 삼봉이 사라졌다.

 

 

 

십 분전에 그렇게 맑고 파랗던 하늘이 안개로 뒤덮인 Las Torres....

 

우리는 10분이라도 봐서 다행이라며 남은 샌드위치를 먹고 사진놀이하다가 내려가려는데, 라이너 부부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올라와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며 슬퍼하던 라이너 부부...ㅠㅠ

 

우리가 찍은 사진으로 만족해야겠다며, 함께 울적한 마음을 달랬다. 

다음에 또 오면 되죠!

 

안개가 걷힌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 로드

 

 

국립공원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올라갈 때보다 더 열심히 걸어 내려왔던 것 같다.

원래 등산할 때 보면 내려올 때 걸리는 시간이 더 짧던데, 왜 여기는 더 오래걸리는 것 같은지....

 

버스를 기다리며 지금까지 어떤 여행을 해왔는지, 그리고 라이너 부부의 30주년 결혼기념일 사진도 보고 가족들 이야기도 듣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똥쟁이 부부네의 폐백 사진을 보여줬더니 한복이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다. 똥쟁이 남편의 어이없는 개그에도 환하게 웃어주던 라이너 부부.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면서 독일에 오게되면 꼭 연락해달라고, 그리고 한국에 올 일이 있거든 꼭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포옹으로 헤어짐을 맞이했다. 진짜진짜 눈물날 뻔 했다. 

고작 하루 이틀 뿐인 만남이었는데, 이렇게 정이 많이 들다니...

 

지금 쯤 여행을 끝마치고 독일로 돌아갔겠지... 다음 휴가 때에 꼭 독일에 가서 라이너 부부를 만나고 싶다.

 

TIP*비용
1. 푸에르토 나탈레스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왕복 버스 요금 : 15,000 페소 / 1인
   (현금으로 지불하고 12,000 페소로 깎음)
2.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입장료 : 42,000 페소 / 2인 (2019.3.22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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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 [SEULJA's Travel/2019 South America, Patagonia] - [뚜벅이 부부여행]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토레스 델 파이네를 향하여.

 

[뚜벅이 부부여행]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토레스 델 파이네를 향하여.

평생 내 몸뚱이가 남극에 가장 가깝게 있던 그 곳, 푼타 아레나스를 떠나는 날이 돌아왔다. 우리에게 푼타 아레나스는 기상 변화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젤란 펭귄들도 볼 수 있게 하였고, 앞으로도 절대 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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