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우수아이아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잠이 들기 전까지 계속 비가 내리던 어제, 우리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침 하늘은 맑고 화창했다. 오히려 비가 갠 다음이라 그런지 '쾌청하다'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아침이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많은 여행자들이 우수아이아에서 비글해협 펭귄 투어를 하는데, 우리는 칠레 푼타 아레나스에서 막달레나 섬 펭귄 투어를 했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생략하기로 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는 FREE!

 

우수아이아의 '나름' 명물인 '폐선'  

 숙소에서 내려와 바닷가를 걷는 도중에 버려진 지 오래된 폐선을 보았다. 나름 우수아이아의 명물이라고 하던데 무슨 이유로 버려둔 채 계속 놔둔 것일까. 혹여나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에 기름을 줄줄 흘리고 있는 건 아닌지, 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이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맑은 하늘

 어제 택시를 타고 왔던 공항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포토존' 우수아이아 USHUAIA 간판이 보인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패키지 여행객들이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저 간판 뒤에 펼쳐진 바다를 온전히 느낄 여유는 없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안타까웠다.

 

 아침마다 이렇게 바닷가를 산책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어찌어찌 살다 보니 지금은 인천 바다 근처에서 살고 있는데,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걸어 다닐 수 없다니... 게다가 코로나 19 때문에 더욱더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방콕하면서 남미 여행 포스팅을 하고 있노라니 파란 바다의 그리움에 사무친다.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 멀리 걸어온 것 같아 우수아이아 항구 쪽으로 발을 돌렸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 구경도 하고 마테차를 마시고 있는 현지인들도 보았다. 남미 사람들은 어딜 가나 마테 찻잔과 보온병을 가지고 다닌다고 하던데, 이 곳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 오랫동안 따뜻한 마테차를 즐기기 위해 정말로 큰 보온병을 들고 다닌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무지개

 잠시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고 싶었던 우리. 마침 눈에 띈 카페는 우수아이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카페 겸 박물관인 'Ramos Generales El Almacen' 였고, 너무 잘됐다 싶어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Ramos Generales El Almacen' 카페는 1913년 레바논에서 우수아이아로 이주한 Don José Salomón 이 차린 가게로, 수년 동안 우수아이아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어온 곳이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의 회의 장소가 되고, 어떨 때에는 주거 장소가 되어주기도 했다. 100년의 오래된 역사를 말해주듯이, 가게 안에는 다양한 빈티지 장식품으로 가득 차 있었고, 오래된 포스터나 액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카페에서는 음료 외에도 식사 메뉴, 직접 구운 빵과 쿠키 등을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나중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요량이었으므로 엠파나다와 마테차&쿠키 세트를 주문했다. 우리도 남미 사람처럼 마테차를 마셔보자!

 한국에서 파는 마테 음료도 한 번 먹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현지에서 마테차를 먹겠다니.

 

늘어놓은 설탕 봉지

 마테차를 처음 접해본다는 우리에게 직원 분께서 직접 마테차를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갑자기 테이블 뒤로 가더니 본인의 마테찻잔과 보온병을 가져와서 시범을 보여주고 우리 찻잔에도 마테잎을 담아주었다. 우선 찻잔에 필터 빨대를 넣고 마테잎을 꾹꾹 채운 다음, 위에 설탕을 듬뿍 뿌린다(진짜 듬뿍 뿌린다).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고 조금 기다렸다가 마시면 쓰지 않은 마테차를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마테차를 마시던데... 이 곳에서 함께 넣는 설탕의 양을 보면 절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다이어트야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여행 와서 다이어트는 무슨 다이어트. 쓰지 않아서 좋기만 했다. 

 

그런데 이 것이 설탕차인가 마테차인가
마치 이탈리아 사람들이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한 가득 넣고 마시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햇살은 좋지만, 선선한-아니 조금은 찬 바람이 불어와 몸을 녹이고 싶을 때 오면 딱 좋을 것 같은 카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은 카페. 

 

그런 Ramos Generales El Almacen이었다.

 

 

 

Ramos Generales El Almacen, Ushuaia

http://www.ramosgeneralesush.com.ar/index.html

 

A.R.G.Almacén Ramos Generales Ushuaia

MAIPÚ 749 . TEL: 54 2901 424317 USHUAIA . TIERRA DEL FUEGO . ARGENTINA ©2015 RAMOS GENERALES SUSCRÍBASE le avisaremos de eventos en nuestras instalaciones!!

www.ramosgeneralesush.co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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