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지난여름 인천에 이사 오고 나서 남편과 자주 - 일주일에 한 번쯤 - 가는 카페가 생겼다. 동인천 홍예문 근처에 있는 '카페 히스토리'인데, 2009년에 100여 년 된 적산 가옥을 리모델링한 카페이다. 적산가옥이란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정부에 귀속되었다가 민간에 팔린 일본인 소유의 주택을 의미한다. 인천 중구, 즉 동인천은 아직도 적산가옥이 많이 존재하며, 카페나 박물관 등으로 리모델링되지 않은 채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의 감성이 보이는 '히스토리'

 카페에 처음 들어설 때 입구에 쓰여있는 시에서부터 감성적인 카페라는 느낌이 확 왔다. 2층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카페 입구가 나오는데, 바깥 테이블에는 귀여운 얼룩고양이가 자주 보인다. 

 

 카페 내부는 목재 가옥의 특징적인 부분은 살려놓고 리모델링 한 모습이었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들이 가옥과 잘 어우러졌고, 카페 한쪽에는 여행 다니면서 수집하신 것 같은 장식품들이 가득이었다. 주인아주머니 감성이 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아기자기한 조각품이나 기념품 좋아하는데.

 

 카페 히스토리에서는 처음 카페를 오픈할 때부터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대학교 때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할 때 처음으로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공정무역이란 개발도상국과 경제선진국 사이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력 착취, 인권 침해 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 운동이다. 대표적인 공정무역으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커피.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개발도상국과의 직접적인 무역을 통해 공정무역 제품을 유통하고 있었다. 

 커피 애호가는 아니지만 자주 못 마시는 만큼 마실 때마다 좋은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공정무역 커피를 구입하곤 했는데, 이렇게 마음에 드는 카페가 공정무역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히스토리 카페'가 더 좋아지는 이유다.

 

 우리 부부는 이미 카페를 자주 방문해서 좋아하는 음료가 몇 개 생겼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음료는 코코넛을 갈아넣은 아이스 코코넛 라테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료는 겨울 한정 메뉴 뱅쇼인데, 뱅쇼에 들어가는 과일 모두 껍질까지 깨끗하게 씻었으니 다 먹어도 좋다는 주인 분 말씀에 감동을 받았더랬다. 음료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들어주셔서 마시는 사람도 그 정성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지난 여름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

 우리는 크리스마스날에도 카페 히스토리에 갔다. 이 날 처음으로 뱅쇼를 주문하였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서비스로 감말랭이와 커피 캔디를 주셨는데, 담겨있는 그릇이 너무너무 예뻤다. 나중에 내 이름으로 된 공방이 생기면 이렇게 예쁜 그릇도 사고, 예쁜 가구들도 구비해야지.

 

귀요미 루니 다녤 어피치

 더운 여름에는 이 자리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며 산들거리는 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봤고, 오늘같은 이른 봄에는 자리에 앉아 따뜻한 바람을 쐬며 이른 햇살이 비추는 앙상한 나무를 바라본다. 봄 햇볕이 살짝 들어오는 창가가 아주 마음에 든다. 비록 밀크티 마시다가 우리 동네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놀라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힐링은 힐링대로 해야지.

 

TIP
 주차는 카페 바로 앞에 있는 공영주차장(인천 중구 송학동 3가 3-1) 이나 자유공원 공영주차장(인천 중구 자유공원남로 35)무료로 할 수 있다. 

 

카페 히스토리

인천 중구 송학로 13-1

영업시간: 12:00 ~ 22:00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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