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나는 대로 나의 하루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아침까지 태풍 마이삭으로 몸서리치던 하늘은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파랗게 민낯을 보였다.
사실 오늘은 반찬을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전화해서 말린 가지는 왜 아직까지 남아있냐는 잔소리에 내일 하려고 했던 미역줄기 볶음을 시작했다.
가지는 하루 밤 정도 불려놔야 하니까 오늘 바로 할 수는 없다.
항상 고민되는 건,
과연 얼마만큼의 미역줄기를 꺼내야 하냐는 것이다.
300g?
블로그에 친절하게 쓰여있었고, 나에겐 저울도 있었지만 역시 손대중으로 대충 꺼내게 된다.
그리고 결국 양 조절에 실패한다.
엊그제 말린 호박, 말린 근대 볶음은 간도 적당하고 양도 적당하게 잘 되었는데
오늘 미역 줄기 볶음은 대실패다.
너무 많이 헹구었는지 짠 맛은 다 사라지고
게다가 미역 줄기도 불리면 양이 많아진다는 것을 생각 못 해서(안 해서)
큰 후라이팬에 차고 넘치길래, 따로 담아두었다.
볶으면서 간도 맞지 않아서 소금과 간장을 몇 번이나 둘렀는지 모른다...
엄마는 뚝딱뚝딱하던데, 엄마가 해 준 건 정말 맛있던데.
오늘 계획되어 있지 않았던 반찬을 했던 탓인지,
아니면 요리하면서 폰으로 봤던 '또 오해영'에 감정이입을 해서 망한 건지.
역시나 망한 미역 줄기 볶음을, 맛있다고-자기는 심심한 게 좋다며-먹어 줄 남편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내일 말린 가지 볶음은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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