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킹덤 마지막 화로 위안받은 그 날.

(부제: 뉴질랜드에서 렌트할 때에는 한국 면허증은 필수입니다) 

 

2019.02.25 

파이히아에 도착해서는 종일 흐리고 비가 내렸는데, 어제 오후부터 파이히아를 떠나는 오늘까지 빗방울은 커녕 햇빛만 강하게 내리 쬔다. 떠날 때라도 화창하고 예쁜 베이 오브 아일랜드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으로 인터시티 버스의 2층에 타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 뉴질랜드의 소를 보며 글을 적는다.


사실, 허니와 슬자는 어제 웃지 못할-일주일 간의 여행 중 크다면 큰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다.
애초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할 때, 북섬에서는 버스로 이동하고 남섬에서는 렌트카로 이동하여 짐 걱정없이 다니자고 했는데...
뉴질랜드에서 렌트카 빌릴 때 한국 운전면허증이 필요한 줄 몰랐던게 큰 문제였다.

'나는 왜 그런 것도 찾아보지 않고 멍때리고 있었지..'

분명 여행가기 전 날, 짐을 다시 체크하면서 허니의 운전면허증(국내)을 보며 했던 대화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슬자: 여보~ 여권이 있으니까 여보 운전면허증은 필요 없겠지?
허니: 응응~ 신분증은 여권이 있으면 되니까 괜찮을 거야. 놓고 가자.

렌트카 예약을 취소하고 절망에 빠져있던 어제, 우리 둘이 나눴던 대화가 둘의 머릿 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여튼 요점은, 그래서 우리는 국내 면허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당연히 렌트도 불가능했다.

렌트를 예정한 날짜가 되기 이틀 전인 어제, 스마트폰 앱으로 저렴하고 브랜드 있는 렌트카를 예약했다며 좋아하던 허니. 예약 확인서를 꼼꼼하게 읽더니, 큰 일이라며 샤워하고 있는 나에게 소리지르길래 샤워를 빨리 끝내고 나와보니 허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고.

결국 렌트카 예약 취소.

 

예약금 전액을 다 환불받지도 못하고, 반 값인 12만 원을 날려버렸다.
그 누구의 탓을 해도 운전면허증은 한국에 있을 터...

남섬에서 렌트를 하지 못한다는게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계속 아쉬워하고 후회해봤자 아직 5일밖에 지나지 않은 우리의 여행이 울적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돈 아끼겠다고 나름 싼 숙소 골라다녔는데, 본인은 오죽할까.

여행 시작할 때, 외교부에서 날라온 남섬 교통사고 증가 주의 문자도 신경쓰였고
우리나라와 차선이 반대인 것도 엄청 신경쓰였는데 차라리 잘된거라고 생각하자고 함께 토닥거렸다.

자가용이 없으면 버스를 타면 되고, 버스가 없으면 자전거를 타면 되지 뭐,
베트남에서는 출국 전날 여권 소매치기당해서 불법체류자가 될 뻔한 적도 있었는데,
여권도 있고 우리 둘이 다치지 않았으면 그걸로 된거지.

그렇게 우리는 위안을 삼으며 서로의 온기로 꼭 안아주었고.
한 편 남은 킹덤 시즌 1의 마지막 화를 보고 잠이 들었다.


앗, 물론 렌트카 취소로 인해서 원래 내일 가려고 했던 와이토모 동굴 투어는 잠정 포기하기로 결정하였다. 블랙 워터 래프팅을 해 볼 요량이었으나, 차 없이는 하루 안에 이동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하여 대신 로토루아에 더 일찍 가기로 했다.

반딧불은 말레이시아에서도 많이 봤으니까 본 걸로 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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