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원래의 계획은 말바 미술관에서 레콜레타 묘지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어긋나라고 있는 거겠지...

 레콜레타 묘지까지 가는 버스를 찾지 못했고, 근처에 지하철 역도 없는 것 같아서 튼튼한 다리로 좀 더 걸어서 이동했다. 레콜레타 지구까지는 약 2 km... 멀다고...

 

말이 24분이지...

 장거리를 걷는 데에 자신도 없고, 공터만 보이는 길을 걷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오래간만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걸어가는 도중에 계획에도 없던 유명한 설치작품도 볼 수 있었다. 

 

Floralis Generica

 Floralis Generica라는 이 조각 작품은 아르헨티나 건축가인 에두아르도 카탈라노가 제작한 작품으로, 2002년 4월 13일 공개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물이 채워진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설치하여 물에 반사되도록 하였는데 미학적인 기능 외에도 보호 목적이 있다고. 이 작품이 유명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하루의 시간에 맞춰 금속으로 만들어진 꽃잎이 자동적으로 열렸다가 닫혔다가 한다는 점인데, 우리가 지나가면서 봤을 때에는 닫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진짜 열리는 게 맞나?

 

 그렇게 걷다 보니 도착한 레콜레타 묘지.

 

 

레콜레타 묘지
프랑스인 프로스페르 카텔린이 설계한 이 묘지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었던 메르나르 디노 리바다비아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1822년 준공되었다. 이 묘지에는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수놓았던 많은 인물들이 잠들어있는데, 매일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에바 페론, 애칭 에비타의 묘지를 비롯하여 역대 대통령들의 묘지가 있다. 
출처:위키백과-레콜레타(부에노스아이레스)

 

 사실, 묘지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 걸까 잠시 생각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상들을 눈으로만 담기에는 아쉬울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라도 후세의 사람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기리고 싶은 후손들의 마음을 알아줘야지.

 

 묘지 입구에 각 묘지의 위치가 표시되어있으니,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규모가 꽤 큰 편에다가 크고 화려한 조각상들이 많이 있고 미로같이 되어있어서 왔던 곳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한다. 

 

사진의 구도를 보면 조각상들이 얼마나 높고 거대한 지 보인다. 돌아다니다 관을 감싸고 있는 묘지의 유리가 깨져있고, 거미줄이 쳐진 채로 보존이 안 되고 있는 묘지가 많다. 정말 무심한 후손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그런 묘를 볼 때면 서늘해지기도 한다. 

 

 

 레콜레타 묘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의 묘지는 바로 에바 페론의 묘지이다.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다면,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에바 페론은 일명 '에비타'라고 불리는 인물로, 194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후안 페론의 부인이다. 빈민층의 딸로 태어나 역경을 딛고 '퍼스트레이디'가 된 그녀의 인생은 현재 뮤지컬이나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그녀의 말년-말년이라고 해봤자 30대였다-은 그리 좋지 않았고, 정치가로서의 평판은 엇갈리지만 아직도 아르헨티나의 많은 대중들은 에바 페론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페론가의 묘지는 보존이 잘 되어있었고, 예쁜 꽃들이 계속해서 놓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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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다니면서 다른 가이드의 설명을 훔쳐 듣고는 했지만, 실제로 가이드 투어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법한 곳이었다. 각 묘지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테고, 에바 페론뿐만 아니라 다른 사연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가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묘지마다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는 조각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절대 사소한 일은 아니었다. 밤에 이 레콜레타 묘지를 가이드와 함께 방문하는 야간 투어도 있는데, 진짜 무섭다고 한다. 나는 안돼... 지릴지도...

 

 

Floralis Generica

 

 

 

 

레콜레타 공동묘지 Cementerio de la Recoleta

Junín 1760, C1113 C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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