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무너진 건물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면, 비극적이기만 한 대지진을 겪었던 도시라는 걸 알 수 없을 만큼 정말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였던 크라이스트처치. 똥쟁이 와이프는 영국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영국 이민자들에 의해서 성장한 도시라서 그런지 이 곳 저곳에서 영국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고 한다. (똥쟁이 남편도 못 가봤다).

조만간 기회 되면 영국도 가봐야지 :)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어주던 시티투어 트램 안의 어린이들

중심가를 걷다보면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이후,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이 보인다. 성당 앞 광장에는 이 도시의 창립자인 Robert Godley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붕괴될 위험이 있어 안전 보조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현재에는 주위에 아무 장치도 없는 채로 잘 버티고 있다. 그리고 무너질 뻔 했던 대성당은 많은 비둘기들의 안식처가 되어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관광객들이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 바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이었다. 지진때문에 무너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사실 복구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왜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공사를 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복원 방향에 의견차가 있어 재건축 확정이 연기되어왔다고 한다. 최근 재건축이 확정되었으며 약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며 소요되는 비용은 900억 원 정도라고... 900... 억 원???

지진 복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하필이면 최근에 또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광장에서 버스킹을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진 똥쟁이 부부네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라는 해글리 공원 Hagley park 으로 이동했다. 미리 찾아놓은 양고기 맛집에 가기 전에 공원에 들렀다 가려는 심산이었다. 다음 날은 날씨가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 날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욕심이기도 했고. ㅎㅎㅎ 물론 비행기로 도착한 후에 씻지도 않고 바로 나와서, 꼴이 엉망이지만...

그에 반해 공원은 정말 예쁘고 싱그러웠다.

꽃이 예쁘게 피어있던 해글리 공원
씻지 못해서 지저분해도 우리 둘만 좋은면 되지, 그치?

우리 신혼 집 근처에도 해글리 공원 같은 공원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물론 월셋집이라서 금방 이사 가겠지만, 그렇다면 다음 이사할 곳에는 해글리 공원만큼은 아니라도 이렇게 따뜻한 느낌의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내 중심지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는 건 정말로 부러운 일이었다.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짜내서 그 큰 공원을 산책한 똥쟁이 부부네.

짜잔!!! 이제 드디어 양고기 먹으러 갈 시간이다!!!

음식 담당 똥쟁이 남편이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어렵게 찾아 둔 요즘 핫한 뉴질랜드 양고기 맛집 Pedro's House of Lamb.

영업시간은 4시부터 8시까지이며, 크라이스트처치 외에도 다른 지역에 체인점이 있는데 크라이스트처치 점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다. 남편 따라서 레스토랑 구경한다는 생각으로 갔다가, 컨테이너 박스만 있어서 조금 놀라긴 했다. 메뉴는 오직 "Whole lamb shoulder" 밖에 없는데 미리 고기를 푹 쪄놓기 때문에, 주문하고 음식을 받는데 시간을 별로 걸리지 않는다. 가격은 50 NSD으로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음식 양을 보니 2명이 먹기에는 너무 많고 3-4명이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양으로 치면 절대 비싼 게 아니었다는 점!!!

조심스럽게 테이크 아웃해서 가져온 양 어깨 고기 요리는 달콤한 뉴질랜드산 와인과 함께!!!

비록 3-4명이 먹을 만큼의 양이지만, 우리는 그 어려운 걸 해내었다. 으하하하. 감자 약간과 뼈만 남기고 다 먹었다. 처음 뚜껑을 열어보면 고기의 양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감자와 함께 먹다보니 이게 적은 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름 미식가 똥쟁이 남편의 말에 의하면, 푹 쪄서 고기가 너무나 부드럽고 + 양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아 정말 괜찮은 음식인 것 같다고 하는데. 

여러 명이서 파티할 때 주문하면 참 좋을만한 음식인 듯 싶다. 우리는 영어가 부족해서 배달 주문을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배달 주문도 가능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아... 양..... sheep.... 그 때 남긴 감자가 생각나는 구나....

 

#Pedro's House of Lamb

https://www.pedros.co.nz/

 

Roast Lamb Takeaway | Pedro's House Of Lamb

CHRISTCHURCH We have two great locations in Christchurch. The original container in Papanui and a second location on Colombo Street, Sydenham.

www.pedros.co.nz

고급진 양고기와 고급진 뉴질랜드산 와인으로 배를 채우니... 그 언제보다도 몸과 마음이 여유롭고 풍족한 밤이었다. 그 때만 해도 그렇게 평화롭던 해글리 공원에, 너무나도 비극적인 사건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그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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