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계란 썩은 내가 나는 유황가스가 가득한 지역을 벗어나 화이트 아일랜드의 중심에 있는 커다란 분화구로 이동했다. 이 분화구는 해수면보다 70미터나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너비가 어마어마하게 넓다. 분화구 안에 생성된 호수의 물 온도는 섭씨 250도나 되며, 그로 인하여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고 많은 양의 증기를 뿜어내고 있다. 분화구의 주변 지반이 꽤 약하므로,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안전한 곳까지만 다가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직접 보지 않고는 분화구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위엄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저 똥쟁이 부부네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증기가 피어오르는 분화구를 보며 오랫동안 "와우" 탄성을 질렀고, 얼마간의 시간 동안 그 장엄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호수 뿐만 아니라 분화구 주변에서도 뜨거운 증기가 솟아오른다.
사진 잘 찍어주는 예쁜 가이드 언니

분화구 탐사를 클라이맥스로 하여 화이트 아일랜드 투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투어 중에는 가끔씩 화산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돌멩이들이 날아올 수 있으므로, 아무리 답답해도 안전모는 계속 쓰고 있어야 한다. 

해변가를 향해서 걸어가다가 가이드가 신기한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에게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졸졸 흐르는 물의 맛을 보라고 한다. 나도 틈새에 끼어서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맛을 보았는데, 엄청 시다!!! 화산에서 나오는 화학성분에 의해서 pH 1 ~ 2 정도의 물이 생성되는데, 이 때문에 이 곳에 자주 오는 가이드의 신발은 일주일 이상을 신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가이드가 신발을 보여주었는데, 산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밑창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가이드 생활도 오래 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듯싶다... 돈 벌기 힘들구나... 

졸졸 흐르던 물에 포함되어 있는 유황성분의 결정체

섬 위의 헬기 착륙지를 지나 해변가 가까이로 걷다 보면, 폐허의 흔적이 남아 있다. 1910년대 유황 발굴하기 위해서 광산업자들이 작업장을 지었다가 작업자들의 사망, 사고 등으로 실패하고 떠난 흔적이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려다가 그 거대한 힘 앞에서 무너진 인간들. 

역시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는 걸까.

그렇게 2시간 반 정도 화이트 아일랜드 탐사를 마치고, 배로 이동해서 점심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투어사에서 점심 도시락도 준비하였는데 샌드위치 2조각과 사과, 초콜릿 등이었다. 점심을 먹는 동안 배는 화이트 아일랜드 주위를 맴돌았고, 수영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도 좋다고 하였으나... 우리 배에서는 수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ㅋㅋ 

우리랑 같이 점심 드시던 아주머니들

점심시간이 끝나고 배는 화이트 아일랜드를 뒤로 한 채 와카타네를 향해 전속력을 냈다. 오가면서 돌고래를 볼 수 있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는지 돌고래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돌고래 대신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날치와는 조금 다르게 생겨서 과연 그 날치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멀리 멍 때리면서 바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물고기가 날아다녔다. 멍때리던 사람들이 다 같이 Flying fish 라며, 지금 봤냐고 ㅋㅋㅋ

흠... 너무 빨리 날아가서 사진을 못 찍은 게 너무 아쉽다 ㅠㅠ

총 투어 시간은 오가는 시간 3시간 + 화이트 아일랜드 트래킹 및 탐사 2시간으로 5시간 정도 걸렸다. 여기에 우리는 로토루아로 이동하는 시간 2시간이 더 걸려서 한 나절을 투어에 투자하였는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살면서 실제로 활동 중인 화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절대 흔치 않으니까. 이틀 정도 기다려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자연의 위대함과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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