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2시간 반의 환승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이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허니와 나는 결혼을 앞둔 애인 사이 였다.

하지만 벌써 이 여행에서 돌아온지 6개월이 넘었고, 

원래의 예정이었던 가을의 신부가 아닌 4월의 신부가 되어 지금은 품절녀가 되어 있다.


블로그에 포스팅된 순서만 보면, "북유럽 → 동유럽 → 남미" 루트로 여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는 베트남이었다. 

아무리 계획하고 또 계획해도, 그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여행인가 싶다.


우리는 부모님께 한 달간의 여행에 대해 허락을 구했고 (사실,  통보나 다름 없었다), 2017년 7월 19일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비행기 창가에 앉아 하늘 사진을 찍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창가에 앉아있었고, 코를 골며 실컷 자는 그대의 옆에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알지 못한 채 웃고만 있었다.



우리는 아에로플로트 항공을 예약했지만, 공동운항으로 인해 실제로 타는 비행기는 대한 항공이었다.

모스크바에서 2시간 정도 경유하는 일정으로 환승 시간은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륙 시간이 1시간 반이 지나도록 비행기가 뜨지 않았다.

아에로플로트 항공이 많이 지연된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하고...

그 다음 비행기를 못 타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가 탄 비행기는 2시간 반 늦게 이륙하였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은 작아서 이동하는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어느 블로거의 포스팅만을 믿고 있을 수 밖에.


이 상태로면 그 다음 비행기 못 타는데...

울상이 된 채로 승무원 분께 말씀드리자 안내 방송이 나올 예정이라는 말씀.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XXX, XXX로 환승하시는 고객님들께서는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도착하자마자 신속하게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고객님들께서는 환승하시는 고객님들께서 먼저 내리실 수 있도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


환승하는 사람이 우리 뿐 만이 아니라 다행이기는한데...

과연 10분 안에 비행기는 탈 수 있을까?

공항이 작다는데... 탈 수 있을 거야...


자다가 걱정하다가 먹다가 걱정하다가 영화보다가 걱정하다보니 

드디어 비행기 착륙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다음 비행기 이륙시간이 30분 남은 상황.

하아... 과연 30분 안에 환승이란 걸 할 수 있는 건가... 30분도 안 남았을텐데.


착륙을 기다리는 동안 마치 5분이 1시간 처럼 느껴졌다.


"내리면 바로 뛰는 거다. 알았지?"

"알겠어. 뛴다."


우리는 많은 고민들을 뒤로 하고 그저 뛰었다.


"자기야, 모스크바 공항 작다며!!!!"

"몰라!!!! 작다고 그랬는데!!!!!"


고등학교 체육대회 때 이 후로 이렇게 빨리, 오래 달려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는 여권 확인만 해서 시간은 많이 지체되지 않았지만, 

공항이 작다니... 전혀 작지 않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에로플로트 항공을 타는 경우, 부디 모스크바에서의 환승 시간은 4-5시간으로 잡으시길 바란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에로플로트 항공이 지연되거나 짐 분실 사고가 꽤 많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비행기기 출발하기 1분 전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에서 이미 연락을 취했는지, 우리보다 5분 늦게 뛰어온 외국인들도 탑승할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잠이 마구 쏟아졌고...

저녁 8시 쯤, 예정 시간보다 3시간 늦게 노르웨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가기 전, 짐을 찾으러 가야지!

.

.

.


하.하.하.

예상하셨을테지만... 우리의 짐은 우리처럼 뛸 수가 없었다.


우리와 함께 뛰어 온 외국인들의 짐도 뛸 수 없었고.


그렇게 오슬로 공항의 아에로플로트 항공 사무실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

Property Irregularity Report를 받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1. 숙소로 배송받을 것인지

2. 공항으로 캐리어를 가지러 올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머무를 숙소의 주소와 연락처를 꼭 자세하게 적어두어야 한다. 


많은 일을 겪고 나서, 우리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공항을 나왔다.



밝다...

밤 11시인데 밝아...


노르웨이는 백야로 인해 밤 11시인데도 밝았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허니와 나는 숙소로 향했다.


"자기야, 샴푸는 있나?"

"응... 캐리어에 있어..."

"아... 그래... 숙소에나 가자."


숙소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 또한 함정.

인종, 나이 불문하고 붙잡고 물어봤는데, 결국 너무나도 친절하고 아리따운 금발의 여성 분께서 직접 데려다 주셨다. ㅠㅠ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첫 날은 서로의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주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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