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코로나 19 무기력증으로 전업주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요즘. 남편이 2주째 집에 있어서 같이 놀다 보니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내일은 꼭 멸치볶음을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그다음 날이 되면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다. 

 운동도 안하면서 근손실이 왔다는 둥, 허리가 아프다는 둥 퉁퉁 대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 롱 패딩을 입히더니 동인천으로 향하는 기특한 남편. 💑

 

 차를 타고 가면서 검색을 해보니, 그 유명한 나얼님이 방문했다며 SNS로 인증까지 한 곳이었다. 실제로 나얼 가수 팬 분들이 '얼투어'라고 부르면서 성지순례를 하러 가는 것 같았다. 

 

 카페는 우리가 자주 가는 동인천 자유공원 근처에 위치해있었다. wknd 카페에서 자유공원 반대쪽으로 쭈욱 500미터 정도 내려가다보면 녹색의 예쁜 대문이 보이는데, 왼쪽에 예쁜 필기체로 Timely라고 적혀있다. 외관이 가정집처럼 생겨서 까딱하면 그냥 지나칠 뻔 하긴 했지만, 이런 빈티지 감성 너무 좋다.

 

 

 일반 주택을 개조해서 카페로 탈바꿈시킨 것 같은데, 벽에 그대로 보이는 시멘트 벽돌과 천장, 그리고 나무 기둥이 너무너무 잘 어울렸다. 기승전 결국 공방 생각. 나중에 공방 만들때 나도 참고해야겠다며 수줍게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어디라도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커플 한 쌍과 개학을 기다리는 여대생들이 몇 있었는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심조심 할 테니 두 시간만 바깥바람 쐬고 올게요.'

 

 미리 남편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타임리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밀크티라고 한다. 당연히 따뜻한 음료를 좋아하는 나는 로열밀크티를 주문하였고, 남편은 시그니처* 표시가 되어 있는 아이스 밀크티를 주문하였다. 아이스 밀크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예쁜 유리병에 담겨 얼음 잔과 함께 가져다준다고 하셨다. 카운터 앞에 예쁜 아이스박스에 밀크티 유리병이 놓여있는 모습조차 왜 이렇게 예쁘니.

 

밀크티 유리병 너무 예쁘다

 창문 바깥 발코니에도 작은 테이블 몇 개와 의자가 있었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발코니에 앉아 햇볕을 쐬며 동인천을 한 눈에 바라보며 맛있는 밀크티 한 잔 할 수 있을 텐데, 따뜻해지면 또 와야겠다. 물론 그전에 밀크티 마시러 또 올 것 같지만. 

 

 창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멍 때리고 있을 때, 자리까지 음료를 가져다 주셨다. 내가 주문한 따뜻한 로열 밀크티 향이 참 좋았고, 맛도 너무 진하지도 않고 적당히 달달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가끔 로열 밀크티 주문하면 너무 진해서 목이 칼칼할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이 카페 음료의 특징인가보다. 남편이 주문했던 아이스 밀크티도 너무너무 맛있다. 따뜻한 밀크티와 찬 밀크티 중에 선택해서 마셔야 한다면 역시 시그니처인 차가운 밀크티를 마셔야 할지도... 물론 따뜻한 음료가 너무 좋은 나는 또 로열 밀크티를 주문할 수도 있다.

 

 나중에 오면 카페 라떼도 한 잔 마셔봐야지.

아 참. 주인 분이 직접 만드신 것 같은 브라우니나 쿠키도 맛있어 보이던데. 

 

 

 카페로 출발하기 전, 포카 정리하려고 주문한-이제 진짜 마지막인- 다니엘 포카 컬렉팅 북이 도착했다. 겸사겸사 포카 정리할 겸 다니엘 수집품들을 모두 끌어안고 나왔다. 그렇게 퉁퉁거리더니 컬렉팅 북 보자마자 그렇게 좋냐며 묻는 남편. 미안.

 

 원래 일부러 포카를 수집하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며칠 전 어피치 포카를 교환해주신 너무너무 친절하신 다니 님께서 굿즈 포카까지 몽땅 가져다주셨다. ㅠㅠ 난 시간도 늦고 젤리밖에 못 챙겼는데... 완전 감동. 🥰 이런 느낌 오랜만이다. 중학교 때 지오디 팬질했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같은 누군가를 아끼고 좋아하는 팬덤 사이의 이런 따뜻함이란.

 

명함마저 예쁜 Timely
파랑파랑 너무 좋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위로 아직 오염되지 않은 듯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카페에서는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옆에서 남편은 스페인어 복습하고 있고 내 앞에는 맛있는 밀크티까지. 지금 너무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만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느껴도 되나 싶다. 

 

 아프신 분들의 돈을 받고 일을 하는 만큼, 좋은 일을 하고 싶으시다는 남편의 착한 아이디어를 들었다. 애초에 내가 경제적인 가치를 우위에 두는 사람이었다면 당신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당신이 하는 일을 항상 응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밀크티 마시러 또 가고 싶은 카페, 그리고 가수 나얼도 반했던 동인천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카페, 타임리 Timely.

 

TIP
 길목에 주차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좁아서 주차 공간이 없을 수 있으므로 자유공원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에서 자유공원 쪽으로 오른 뒤, 오른쪽으로 꺾어서 500미터 정도 내려오면 카페가 보인다.
 홍예문 근처의 공영주차장에 주차해야 하는 경우, 홍예문 높이의 계단을 올라야 하니 참고하시기 바랄 것.

 

 

타임리 Timely

 

인천 중구 송학로 46

월요일 휴무, 화~일요일 12:00 -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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