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자의 반짝반짝 라이프

 우리가 뚜벅이 여행자이긴 하지만, 오클랜드 시티 센터에서만 돌아다니는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다. 뚜벅이가 그나마 쉽게 갈 수 있는 오클랜드 근교는 와이헤케 섬 Waiheke Island 랑이토토 섬 Rangitoto Island 이 있다. 와이헤케 섬은 섬이 워낙 넓어 섬 내부에서 렌트를 하거나 버스를 타는 것이 좋고, 랑이토토 섬은 반 나절 정도 트래킹하면 딱 좋을 정도. 아직 렌트는 생각해보지 않은 우리는 트래킹화를 신고, 방수 자켓을 챙겨 랑이토토 섬으로 향했다.

 

랑이토토 섬 Rangitoto Island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 화산섬으로 600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으로 알려져있다. 용암으로 만들어진 땅 위에 생긴 울창한 숲과 모래사장 해변 등의 독특한 지형을 만나볼 수 있는데, 성수기에는 사륜 구동 트레인을 타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투어상품도 있다.

 

 

 오클랜드에서 랑이토토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야 한다.

 

※ Flullers (오클랜드-랑이토토 페리) 웹사이트: http://www.fullers.co.nz

 

 페리 시간표는 여름 성수기와 비성수기, 주중과 주말에 차이가 있으므로 웹사이트나 페리 터미널에서 꼭 확인하여야 한다. 우리는 오클랜드 시티에서 10:30 AM 에 출발하여 3:30 PM에 돌아오는 페리를 타기로 하고, 페리 터미널에서 티켓을 구입하였다.

 

 

 티켓은 1인 당 왕복 36 NZD로 창구 직원분께서 랑이토토 섬에서 떠나는 마지막 페리 시간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 준다. 티켓에도 적혀 있다. 마지막 페리를 놓치면 헤엄쳐서 와야 한다고...

 

 

 페리를 타고 30분 정도 지나면 랑이토토섬에 도착한다. 페리를 타고 가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우리는 방수 자켓을 챙겨왔으니 괜찮을 거라며 위안을 삼는다.

 

 랑이토토 섬 입구에서 인증샷을 한 장 찍어준 다음, 인포메이션 센터로 이동하여 트래킹 코스를 살펴보았다.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랑이토토 정상으로 가는 Summit track 을 따라가서 시간이 되면 Lava Caves Track을 둘러보고, 올랐던 길로 다시 돌아온다.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3시간 정도?

 

Ref. www.fullers.co.nz

 

그러나 남들과는 조금 다르고 싶은 슬자와 허니.

Summit track으로 올라가서 McKenzie Bay Road로 내려오자는 나름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위 안내문대로만 걸으면 4시간이니까 조금 더 빨리 움직여서 3시간 반으로 줄여보자는 계획.

 

 

 

 함께 페리를 타고 간 여행객들과 같이 오르게 되니, 길을 잃게 되는 불상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 중간에 안내 표지판이 아주 잘 설치되어 있다.

 

 

 

 랑이토토 섬은 화산섬답게 흙이나 돌이 모두 검정색을 띠고 있었다. 그 돌 사이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고,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많은 현무암들이 제주도를 연상시키게 하는데, 제주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이 살지 않고 손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열심히 걷기 시작한지 1시간 10분 쯤 드디어 랑이토토 정상에 다다랐다.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데, 정상에 오르기 전 2~30분 정도의 길이 좀 가파른 편이다. 집에서 허니가 싸준 샌드위치를 먹고 경치를 감상하며 3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안내문보다 빨리 정상에 올랐으니까, 원래 계획대로 McKenzie Bay를 보며 트래킹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 서둘러서 내려가는 길.

 

 

 

 우리의 계획된 트래킹 시간이 2시간 반 정도 남았을 때,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그 때까지만 해도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것. 방수자켓을 챙길 필요가 없다던 허니의 말을 (아주 조금) 무시하고 자켓을 챙겨 온 내가 스스로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

 

 그 동안 듣지 못했던 허니의 직장생활 이야기도 듣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비를 맞았다. 랑이토토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볼 것도 많고, 길도 변화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정상에서 McKenzie Bay 까지 내려가는 길은 참 지루하더라. 계속 같은 풍경만 보이고, 제발 좀 나오라는 바다는 생각보다 쉽게 나오질 않고.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흑사장(?) McKenzie Bay

 

 해안가를 따라 내려오면서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god의 '길' 노래도 부르고, 노래부르고 춤추면서 내려왔다. 그렇게 랑이토토 항구에 도착한 시간은 2시 40분. 멀리 2시 30분에 떠나는 배를 보며, 저게 마지막 배는 아니겠지... 걱정도 하고. 다행히 섬에 우리 둘 뿐인 줄 알았는데, 항구에 도착하니 우리와 함께 페리를 탔던 분들이 보여서 안심했다. 

 

 랑이토토 섬 트래킹에 걸린 총 시간은,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 반에 끝났으니 총 3시간 반 정도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좀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4시간이 안 걸렸는데, 여유있게 걸었다면 4시간 넘게 걸릴 것 같기는 하다.

 

 마지막 배를 타러 들어오는 사람들. 다들 우리와 다른 코스로 돌아 내려온 듯 하다. 왜 우리는, 나는 허니와 함께 있으면 항상 남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걸까...

 

랑이토토 섬 Rangitoto Island

 

오클랜드 다운타운 페리 터미널 Auckland Downtown Ferry Term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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